목격자 기억 Eyewitness memory
목격자 기억 Eyewitness memory 과연 목격자의 기억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가끔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일로 곤욕을 치르곤 한다. “그때 네가 나한테 못생겼다고 말해서 내가 얼마나 슬프고 상처받았는지 알아?” “어머,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네가 그랬잖아! 내가 분명히 기억하니까 오리발 내밀지 마!” 예전에 벌어진 일들 때문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친구 사이에, 혹은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이나 싸움은 끝이 없을 것이다. 모두 서로 “내 기억하는 바로는...”으로 시작하며 본인의 기억력에 의지해 입장을 주장하는데, 같은 일을 겪은 게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서로가 기억하는 일의 상황이 종종 달라 난처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진실을 뭘까? 우리의 기억은 정말 믿을 만한 걸까? 얼마 전 아침저녁 뉴스에 줄기차게 보도되었던 한 연예인 부부의 폭행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사이가 안 좋아 이혼소송을 앞두고 법정에 선 두 사람이 서로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바는 너무나도 달랐다. 두 사람은 각각 본인은 가만히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고 폭력을 먼저 행사했으며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럼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보기엔 두 사람 모두 본인 말들이 진짜라며 간절해 보였고 그만큼 진실해 보였다. 결국 사건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당 날짜에 벌어졌던 폭행 사건이 고스란히 담긴 CCTV를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들의 기억력은 완벽하지 않다. 최근에 벌어졌던 일임에도 일부만 기억되거나 어설프게 기억되어 왜곡되거나 또는 기억의 틈으로 본인의 상황과 경험에 기반한 가상의 이야기를 채워 넣고는 ‘온전한 기억’이라 생각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건에 대한 기억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더군다나 과거의 기억은 어떨까? 게다가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억압된 기억, 무의식 속에 깊게 깔려 평소에는 잘 생각나지 않는 기억이라면 더욱더 불안전할 것이다. 한때 미국에서는 종종 이런 잘못된 기억에 의한 소송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 예로 최면을 통해 어린 시절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기억을 떠올린 한 여성이 뒤늦게 아버지를 가해자로 지목해 아버지뿐만 아니라 묵인하고 있던 어머니까지 부모를 모두 고소해 화제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기억은 여러 상황과 왜곡된 기억에 맞물려 실제 벌어진 일이 없는 단순 환상이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처럼 만들어진 잘못된 기억이 부모와 자식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고 전혀 잘못 없는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드는 상황을 만들 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잘못된 기억이 생사람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들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조작된 기억을 정말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는 일까지 종종 일어난다. 인간 기억에 대한 유연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미국의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이자 인간 기억 전문가인 Elizabeth Loftus 는 조작된 기억, 만들어진 기억 그리고 잘못된 기억에 대하 여러 논문을 발표했는데, 사건을 목격하고 진술한 목격자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할 수 있음을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다시 말하면 목격자가 어떤 것을 보고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후에 제시되는 질문들에 의해서 왜곡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관련 실험을 진행했을 때,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자동차가 충돌하는 사고에 관련한 영화를 시청하게 한 후 차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린 것 같은지 질문한다. 흥미롭게도 바로 이때 따라오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확연히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1번 질문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어느 정도 속도로 달렸다고 생각하세요?” 2번 질문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가 접촉했을 때 어느 정도 속도로 달렸다고 생각하세요?” 놀랍게도 1번 질문을 받은 실험자들이 2번 질문을 받은 실험자들보다 자동차의 달리는 속도를 더 높게 추측했다. 1주일이 지나고 실험 참가자들은 다시 모여 진행했던 실험과 관련했던 질문을 다시 받게 되는데 이때 1번 질문을 받았던 사람들은 약 1/3이 부서진 유리 조각들을 봤다고 대답했으며, 반면에 2번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고작 14%만이 부서진 유리 조각들을 봤다고 대답했다. 과연 진실은 뭘까? 사실은 영화에 부서진 유리 조각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질문에 들어간 단서에 의해서 실험자들의 기억이 조작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Elizabeth Loftus의 연구 결과는 우리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한 번 더 상기시켜주는 큰 계기가 되었다. 우리 기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가? 만약에 과거에 발생한 일로 인해 누군가에게 나쁜 감정이나 앙심을 품고 있다면,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툭툭 털어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란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억은 얼마든지 조작되어 만들어지고 뒤틀리고 왜곡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일까지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듯 없던 기억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