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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Schizophrenia - 마치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한 현악기처럼 혼란스러운 정신장애

by 사막돌고래 Dolphin In Desert 2023. 4. 1.

조현병은 우울증(Depressive disorder)과 함께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정신장애라고 할 수 있다.
조현병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해 우리들의 흥미를 자극하지만, 실제로 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굉장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조현병은 완치가 어렵고 사람의 정신을 서서히 황폐화시켜 무력한 존재로 만드는 아주 무서운 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현병이란 무엇일까?
조현병은 우리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무엇보다 비극적이고 심각한 정신장애라고 할 수 있다.
1899년, 정신 약리학 및 정신 유전학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에밀 크래펠린(Emil Kraepelin)에 의해 그 존재가 처음 밝혀졌다. 그는 조발성치매라는 용어로 조현병을 진단했는데, 그 이유는 청소년기에 발병해 치매와 비슷하게 인지기능이 퇴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1923년에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오이겐 블로일러(Eugen Bleuler)가 조현병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현병이 반드시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게 아니며 이 병이 심각한 인지기능의 퇴화로 반드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조발성치매라는 기존 용어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그가 사용한 '정신 분열'이라는 용어는 정신과 마음이 분열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959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쿠르트 슈나이더 (Kurt Schneider)는 블로일러가 기존에 정의한 포괄적인 진단기준에 한계를 느꼈고 1급과 2급 증상을 별도로 분리해서 각각의 증상을 제시했다. 각 증상에 구체적인 특징과 행동 방향에 따라 조현병을 진단하고자 했다. 그는 조현병에만 나타나는 1급의 특정 행동이 관찰되면 조현병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조현병은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정신장애 분류체계인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에 의해 조현병을 진단한다. 조현병은 다양한 특징들을 나타내는 증상들의 집합으로 진단되며, 조현병 환자들은 상당히 이질적인 집단으로 여겨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현병의 특징과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망상 (Delusion)이란 나와 세상에 대한 왜곡된 믿음을 일컫는다. 외부 세상에 대해 잘못된 추론이 바탕이 되어 생겨나며 분명하고 명확한 반증 자료가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 아주 강력한 믿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으로 인해 타인과 어울리기 힘들고, 현실 속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망상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타인에게 피해를 보거나 박해받는다는 피해망상, 유명한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애정망상, 몸에 이상이 있다고 믿는 신체망상 및 근거 없이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스스로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관계망상 등이 있다. 이러한 관계망상과 피해망상을 둘 다 지니고 있는 조현병 환자는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타인들이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늘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들 또한 수신호 등을 통한 암호를 이용해 자신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2. 환각 (Hallucination)은 사실이 아닌 잘못된 비현실적인 지각을 일컫는다. 실제 외부를 통한 자극이 없음에도 물체를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소리를 듣거나 촉각을 느낀다. 지각되는 감각에 따라 환각은 환시, 환후, 환촉, 환미, 환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면 환청이 들리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얘기하기도 하며 환촉을 느끼는 환자는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닌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며 환시를 보는 환자는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형상을 보며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
3. 와해한 언어(Disorganized speech)는 비논리적이며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언어를 일컫는다. 와해한 언어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엉뚱한 말을 하거나 횡설수설하는 등 목적과 엇나가는 말을 하기 쉽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4. 심하게 와해한 행동 및 긴장증적 행동 심하게 와해한 행동(Grossly disorganized behavior)이란 이해하기 힘든 엉뚱하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일컫는다. 예를 들자면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닌다든가, 오랫동안 씻지 않거나, 모두가 슬퍼하는 장례식장에서 웃는다거나 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것 등이다. 긴장증적 행동(Catatonic behavior)은 근육이 긴장과 경직을 동반하여 마치 굳은 듯하게 특정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을 읻컫는다. 이러한 행동을 기이한 자세로 오랜 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있거나 특정 자세를 바꾸려는 시도에 저항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혹은 이와는 반대로 목적이 뚜렷하게 없는 과대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5. 음성증상(Negative symptoms)이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적응적인 기능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의욕이 감소하고, 언어가 빈곤해지거나 정서적 표현이 줄어드는 것 등의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반면, 이와는 반대로 양성증상은 음성증상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환자들에게만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4개의 증상(망상, 환각, 와해한 언어 및 행동) 등이 양성증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