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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설득 Persuasion

by 사막돌고래 Dolphin In Desert 2022. 8. 31.

누군가를 멋지게 설득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설득당해 물건을 구입하거나 계약서에 서명해 본 적이 있는가? 날마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설득당하고 있다. 지하철역을 지나칠 때마다 큰 전광판의 성형외과 및 치과 등의 병원 광고들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휴대폰으로 날마다 날아오는 각종 광고 메시지와 텔레마케팅 전화가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며, TV와 인터넷에선 매 순간 각종 물건, 보험, 기업 광고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대선후보의 정치적 견해가 전해진다. 말 그대로 현대인은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설득에서 시작해서 설득으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설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득을 잘할 수 있는 숨어있는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영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설득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잘 알아두게 되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면접을 볼 때 자신을 채용하게 만드는 것도, 결혼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을 만나는 일도,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요청하는 일도 알고 보면 모두 설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득을 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호감을 주는 사람에게 설득되기 쉽다. 물건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에게 단정한 용모가 중시되거나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이 호감형인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호감형이고 매력적인 사람이 설득할 때 우리는 태도가 변해 그 설득에 넘어가기가 쉬운 것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호감형으로 그리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기분이 좋을 때 설득당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광고를 보면 단 몇 초 이내에 우리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데 과연 이처럼 광고가 흥미로운 이유가 뭘까? 또한 어떤 광고 제품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극도로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함께 노출되는데 이 이유는 무엇일까? 보는 것만으로 기분 좋고 재미있다면 설득의 효과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Eliot Smith와 Diane Mackie가 1995년 진행한 연구를 함께 살펴보자. 그들은 실험 대상 학생들에게 졸업시험을 위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알렸으며 그 시험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 단 이 실험에 전제조건은 일부 학생들에겐 화창한 날에 전화했고 또 다른 학생들에겐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전화를 돌렸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했겠지만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전화를 받은 학생들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설득하냐에 따라 동의하는 비율이 크게 달라졌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 전화를 받은 학생들은 설득내용과는 크게 관계없이 졸업시험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확연하게 높았다. 흥미롭지 않은가? 본 실험 결과는 사람들은 기분이 좋다면 정보에 대해 면밀한 검토나 철저한 조사 없이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거나 처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처럼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 비교적 너그러워지고 허용적이며 받아들이는 내용에 대해 세밀하게 조사하거나 파악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일은 상대의 기분을 파악하고 허용적일 수 있도록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광고에 흔히 보이는 전문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다. 의약품 광고에는 약사나 의사가 등장하고 치약 및 칫솔 광고에는 치과의사가 그리고 음식 광고에는 요리사가 등장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같은 내용을 전하더라도 전문가를 통해서 들으면 사람들은 더 집중하고 설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본인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을 말할 때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낙농 회사에 큰 금전적 지원을 받는 연구자가 “우유는 몸에 좋습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면 연구내용이 아무리 탄탄하더라도 사람들은 크게 설득당하지 않을 것이다. 관련된 회사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았으니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 거라고 의심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설득자가 설득자 본인의 이득과 관련 없는 내용을 광고하거나 주장할 때 훨씬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또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직접적으로 겁을 주는 광고는 생각보다 큰 설득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이나 담배에 붙어있는 “술을 마시면 간암에 걸리거나 혹은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려 일찍 죽을 수 있습니다. 라는 무서운 말은 술이나 담배를 끊게 하는 효과가 있을까? 이것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연구 결과에서 예방주사를 맞지 않으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가 예방주사를 맞을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고 발표했으나 차후에 진행된 연구에서는 앞서 진행된 연구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대안을 펼치기 쉽지 않거나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지레 겁을 먹으면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방어적 기제를 세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에 중독된 알코올 중독자가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하루에 담배를 두세갑씩 피우는 사람이 “담배는 몸에 해롭지 않고 스트레스를 줄여주어 오히려 이롭다”라고 의기양양하게 주장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특정 행동을 금지하거나 중단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선 갑자기 크게 겁을 주거나 위협적인 문장을 사용하는 것보다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대안 행동을 제시하고 새로운 대안 행동을 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와 그에 따른 정보에 대해 안내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