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모의 감옥실험 Stanford prison experiment 선하고 올바른 사람도 과연 악인이 될까? 우리가 흔히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나 나쁜 일을 일삼는 사람들은 보고 악마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악마를 과연 타고나는 걸까? 악마 같은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걸까? 심리학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악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가진 타고난 성향이나 기질 혹은 성격보다 그들이 태어나고 그렇게밖에 자랄 수 없는 사회적 배경과 상황에 훨씬 더 관심을 많이 두고 연구하고 있다. 개인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라는 배경이 선한 사람을 때로는 악인으로 키워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로 1971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악의 본질 및 인간의 본성에 대해 큰 의구심을 낳을 수 있는 역사적인 실험이 실행되었다. 이는 바로 Philip Zimbardo 박사가 실행한 스탠퍼드 모의 감옥실험이었다. 이 실험의 주된 목적은 실험 속에서 진행된 모의 감옥에서 수감자를 감독하는 교도관과 감옥에 갇힌 수감자 역할을 맡은 실험자가 실험 진행이 되는 동안 과연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해당 실험을 진행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실험자들은 교도관과 수감자들이 맡은 각자의 ‘역할’ 속에 개인의 성향과 개성이 맞물리게 되면서 잔혹성을 내비쳤다. 수십 년 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진행된 모의 감옥 실험 속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Zimbardo는 2007년 발간한 루시퍼 이펙트(The Lucifer Effect)라는 책에서 1971년에 진행된 실험인 모의 감옥에서 발생한 일들을 자세히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선하고 올바른 사람을 악인으로 끌어내는 ‘사회적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힘’을 중점으로 두었다. 신선하고 멀쩡한 사과를 먹지 못할 정도로 썩은 사과로 만드는 ‘썩은 상자’의 존재를 여실히 고발한 것이다. 본 실험을 주도한 Zimbard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악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데 힘쓰고 노력했던 이유는, 자 자신에게 영향을 준 상황의 힘 때문이다. 사람의 인격과 행동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상황의 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의 빈민가에서 자란 내 경험은 가치관과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 실험을 계획한 Zimbardo는 “선한 사람이 악한 환경에 처하게 되면 누가 이길 것인가? 선한 사람이 이겨낼 것인가? 아니면 악한 환경이 선량한 사람을 물들게 할까? 와 같은 단순한 궁금증으로 본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실제 교도소에서는 각종 폭력 및 폭행이 끊임없이 벌어지는데 과연 이 모든 일들이 죄수들의 문제인 것인지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가졌다. 그는 평범하게 자란 중산층 학생들이 모의 감옥에서 각각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맡으면 과연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였다. 실험자를 모집할 당시 나쁘지 않은 조건인 하루 일당을 15달러로 계산하여 약 2주간 실험에 참여할 실험자를 모집했다. 또한 지원한 사람 중 너무 특이한 성향을 지녔거나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고자 정신적, 의학적 혹은 법적으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거르고 24명의 지원자가 남았다. 그 24명의 지원자는 임의로 각각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맡았고, 수감자의 역할을 맡은 이들은 진짜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미리 Zimbardo와 협의한 경찰에 의해 실제로 집에서 체포되었다. 이 과정 또한 진행한 실험의 일부였지만, 참가자들은 그 순간 현실과 상상에 뒤섞여 맡은 역할과 자신의 정체성이 겹치는 경험을 한다. 과연 모의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역할을 맡은 교도관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 평범하고 선한 시민으로 살았던 그들이 수감자와 교도관이라는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행했을까? 물론 해당 실험은 실제가 아닌 임의로 진행된 모의 감옥 실험 상황이었기에 실제 수감생활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교도소의 기본적인 특징은 갖추고 있었다. 바로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지우는 것이다. 죄수들은 보장된 자유 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박탈당한 채 늘 감시받았고, 죄수복을 입고 생활해야 했으며, 개인의 이름 대신 진짜 죄수처럼 번호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교도관들은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죄수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하지만 그것을 위해 신체적인 학대는 금지된다는 룰을 통지받았다. 그렇게 첫째 날이 흐르고 다음 날부터 해당 모의 감옥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교도관 지시에 따라야 하는 죄수들은 각종 규칙을 숙지하고 군대처럼 자고 난 침대를 흐트러짐 없이 정리하는 일들에 죄수들은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민해진 수감자들은 결국 교도관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쓰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교도관들은 반항하는 죄수들을 독방에 따로 가두어서 옷을 벗기거나 하는 등의 조롱과 보복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교도관들은 좀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지고 있는 곤봉으로 감옥 창살을 내리치거나 비치된 소화기를 내부에 뿌리면서 “입 다물어!”라고 외쳤다. 이것은 모의실험이 진행된 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다음 날인 3일째가 되니 죄수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은 총기가 상실된 눈빛으로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교도관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은 더욱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짧은 수면으로 피로감에 시달리는 죄수들에게 팔굽혀 펴기와 앉았다 일어나기를 명령하며 이것을 완료할 때까지 침대에 누울 수 없도록 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은 점점 거칠어져 갔으며 가짜로 진행된 상황이었지만 실제로 큰 적대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죄수 역할을 맡은 실험자가 며칠 안 된 감옥 생활이 준 충격에 빠져 정신쇠약 상태까지 빠지게 된다. 실험이 진행될수록 교도관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은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잃고 악독한 교도관이 되었고, 수감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탈출을 꿈꾸며 교도관을 상대로 각종 문제행동을 하며 폭력을 일삼는 죄수가 되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학생들이 역할극을 통해서 타고난 본성과 인격을 잃고 각자 역할에 맡게 정신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결국 이대로 계속 실험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Zimbardo는 약 일주일 만에 모의 감옥을 폐쇄하며 실험을 종료한다. 이 실험을 통해서 그는 말한다. “만일 누군가가 강력한 시스템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끔찍한 상황에 놓인다면 그 사람은 타고난 인성과 본성에 관계없이 시스템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 시스템은 어떤가? 우리는 썩은 상자 속에 있을 때 과연 그 썩은 상자를 인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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