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촉진 Social Facilitation 공부를 하려고 카페(혹은 스터디 카페)나 도서관에 가거나 운동하기 위해 헬스장에 가 본 적이 있는가? 단지 장소가 필요하다면 집에서 귀마개를 끼고 조용히 공부를 할 수도 있고 혹은 집에서 러닝머신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을 해도 될 텐데 말이다. 면학 분위기가 잘 잡힌 조용한 카페는 늘 자리를 맡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것은 심리학 이론을 몰라도 사람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혼자 방 안에서 문을 닫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더 효율이 오르고 혼자 거실에서 동영상이나 책을 보며 운동하는 것보다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서 비트 센 음악과 함께 운동할 때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누구나 아무도 없는 집에서 굳은 결심으로 책상에 앉아 책을 펴놓고 어느새 웹서핑으로 공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검색하고 있거나 소셜네트워크에 빠져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거나 결국에는 침대에서 “잠깐” 쉰다는 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경험 말이다.
사람들은 조용한 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에 차분한 분위기와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어느 정도 타인의 시선에 노출된 곳에서 능률이 더 오르는 현상을 경험한다.
즉 다른 사람들의 존재와 시선이 우리의 행동과 수행 능력을 촉진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혼자 집에서 운동하려고 러닝머신이나 사이클 기계를 사두고 작심삼일로 끝내고 결국엔 헬스장을 등록해 다니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대체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존재가 수행을 촉진한다는 이론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 곁에 있어 타인의 시선에 노출될 때 능률이 오르고 수행이 촉진되는 일을 바로 ‘사회적 촉진’ 현상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촉진이 있다면 반대로 사회적 억제 현상도 존재하는데 이 이론은 1898년 미국 스포츠심리학자인 Norman Triplett 사이클 선수들의 운동 수행 능력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사회적 촉진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그는 사이클 선수들이 혼자 고립되어 운동하는 것보다 여럿이 모여 함께 훈련할 때 기록이 훨씬 향상되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쟁 관계에 놓인 타인의 존재가 수행 능력을 촉진하는 현상에 크게 주목했다. 이후 1924년, 미국 심리학자 Floyd Allport 는 기존에 Norman이 발견한 ‘사회적 현상’ 이론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이론을 추가한다. 굳이 경쟁 도구에 놓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존재에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시각 및 청각적 자극을 통해 일의 수행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65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Robert Zajonc는 기존에 있던 ‘사회적 촉진’ 이론을 좀 더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단순히 일의 능률을 향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집중하고 그 이유를 밝혔는데 그 이유인즉, 다른 사람의 존재 자체가 우리가 긴장도를 유지할 수 있는 각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이러한 각성은 결국 우리가 익숙한 일이나 과제를 더 월 등이 수행해 낼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익숙한 과제를 처리할 때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혼자 있을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져 더 잘하게 된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존재를 각성과 연결해 생각했을 때 낯설거나 능숙하지 않은 과제를 수행하게 될 때는 오히려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완벽하지 않게 연습해 자신감이 떨어지는 기타연주를 사람들 앞에서 수행할 경우 월등하게 긴장감이 높아져 혼자 있을 때는 하지 않던 실수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사회적 촉진’ 이론과는 대비되는 현상을 ‘사회적 억제’ 현상이라고 한다. 즉 사회적 억제는 익숙하지 않거나 좀 더 노력 혹은 도전이 필요한 과제를 수행할 때 다른 사람의 존재가 오히려 능률을 떨어트리는 현상을 말한다.
앞에서 우리는 ‘사회적 촉진’과 ‘사회적 억제’에 대한 이론을 배웠다. 이는 심리학적 이론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모두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중요한 발표 및 연주를 앞두고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아주 익숙해져 버리도록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과제가 익숙한 것이 돼버리면 타인 앞에서 실패하기보단 적절한 긴장감을 역으로 ‘활용’하여 더 잘 해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쉬운 과제나 취미생활처럼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영역의 일들을 수행할 경우 카페나 도서관처럼 오히려 나 자신을 타인의 시선을 일부러 노출함으로써 적절한 긴장감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과제라면 스터디그룹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아직 혼자 능숙하게 해내기엔 너무 어렵거나 노력이 필요한 과제의 경우에는 일정 시간을 두고 혼자 조용히 차분한 마음으로 연습과 공부를 통해 익숙해지도록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촉진 및 사회적 억제 이론을 실생활에 적용해 적절히 활용해 본다면 중요한 과제를 앞두고 있거나 익숙한 일들을 할 때 일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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