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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책임감의 분산 Diffusion of Responsibility

by 사막돌고래 Dolphin In Desert 2022. 8. 22.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는 책임감이 분산되기 쉽다.

책임감의 분산이라는 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한 가지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1964년 미국 뉴욕에서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Kitty라는 28세의 평범한 여성이 주택가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할 동안 이를 목격한 이웃 주민들과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결국은 그녀의 죽음을 막지 못한 사건이다. 살인자가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분명 이웃 주민들은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집 안의 불을 켜서 밖을 내다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었으며 피의자에게 그만하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작 놀랍게도 누구도 그 살인자의 행위를 선뜻 막거나 신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사건의 목격자가 무려 38명이나 있었음에도 그녀는 무려 3차례나 잔인하게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많은 사람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끝내는 이토록 잔인한 범죄를 막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목격자가 많으면 신고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연 정말 많은 목격자가 있는 것이 빠른 신고와 더 큰 범죄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까? 앞서 사건은 그냥 우연히 벌어진 해프닝이었을까? 앞서 예를 든 사건은 많은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처절하게 죽어가는 여성을 돕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 주택가는 남 일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던 걸까? 해당 사건이 언론과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자 많은 사람은 바라보고만 있던 38명의 목격자에게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냉정함,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행해야 할 도덕성 논란 및 비정함. 등을 매우 질타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그 목격자들이 냉혈한 사람들인 걸까? 실제로 그 38명의 목격자는 해당 사건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면서 엄청난 두려움과 겁에 질려하고 있었다. 단지 해당 사건을 목격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흔히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워낙 바쁘고 사람들이 많아 냉정하다고들 하는데 이것을 도시 특성의 비정함이나 냉정함으로는 치부할 수 없는 현상이다. 심리학 이론으론 해당 사건을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흘러가고 해결될 것 같지만, 정작 책임감 자체는 분산되기 쉬워 한 사람이 일을 맡을 때보다도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말한다. 비로 책임감의 분산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하겠지 혹은 할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흔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임감의 분산’ 이론과 관련된 John Darley 와 Bibb Latane 의 실험(1968)에서도 비슷한 예를 확인해볼 수 있다. 해당 실험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밀폐된 방에 한명씩 들어가서 마이크를 통해서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서로의 얼굴을 볼 순 없는 오직 목소리를 통해서만 대화를 나누는 환경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대학 생활의 개인적인 문제 및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화 그룹은 각각 2명, 3명, 6명의 집단으로 나뉘었으며 일대일로 대화하는 집단도 있었고 일대다수로 대화하는 집단도 있었다. 참가자들의 대화를 통해 실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학생들은 “아파요, 도와주세요!!”라는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리도록 마치 대화에 참여하고 있던 실험자 중 한 명이 심각한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 것 같은 응급 상황을 연출하도록 만들었으며, 물론 실제상황은 아니었지만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과 대화하던 실험자 중 한 명이 쓰러졌다고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실험의 목적은 대화 그룹원 수에 따라 얼마나 많은 참가자가 적극적으로 도움에 응할 것인지 볼 수 있는 실험이었다. 과연 이 실험에서 다수의 대화 그룹에 참여했던 실험자들과 일대일 대화 그룹에 참여한 실험자 중 누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부지런하게 사고를 알리고 대처했을까? 앞서 나온 이론을 토대로 예상할 수 있듯 대화를 나누던 실험자들이 집단으로 대화를 나눈 실험자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 경우에는 85%의 학생들이 즉시 나와서 상황을 알렸고, 3명이 있던 경우는 62%, 6명이 있던 경우에는 고작 31% 만이 상황을 보고했다. 사람들의 머릿수가 많다고 해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조치 및 대처가 빠르고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님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실험이었다. 책임감의 분산은 일상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길에 쓰러진 행인을 보고도 많은 시민이 그냥 지나쳐 간다거나 단체활동을 해야 할 때 수동적으로 대처하며 타인에게 일을 떠맡기는 것도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나라의 살림을 책임질 국회의원 및 대통령을 뽑은 중요한 선거일에 투표하지 않고 개인적인 휴가로 보낸다거나 많은 사람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뒤로 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책임감의 분산은 다수의 사람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사회심리적인 현상이지만, 반드시 우리 스스로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일임은 확실하다. 어떠한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방관자가 됨으로써 나도 모르게 악인이 되거나 악인 편에 서서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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